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를 통해 시민들은 일상의 삶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왔음을 강렬하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경탄과 불안 속에 인류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를 고민하고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시나 소설을 창작하고 작곡, 미술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면서 인간이 수행해온 지적 노동, 예술 노동을 위협합니다.
챗지피티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GPT4 등 거대언어모델 기반 인공지능이 대거 출시되면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기업들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거대언어모델은 인간의 언어를 습득했다는 점에서 ‘1980년대 그래픽사용자환경(GUI)에 비견되는 혁명적인 기술’로 간주합니다. 인공지능은 사회 시스템 전반, 그리고 개인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 신약 개발, 특정 유형의 암을 발견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류의 난제인 기후 에너지 위기 해법 개발 등 인류의 삶을 구원할 파트너가 될 잠재력도 큽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가져올 혁신과 기대감 못지않게 인간을 지배하고 인류 문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가짜뉴스 확산으로 인한 공론장이 무너지며 자칫 문명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인공지능은 하나의 도구로써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도 있고, 사회의 존립 기반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 시민, 기업, 정치 등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토론과 합의가 요구됩니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낮은 수준의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의해 구동되던 소셜 미디어는 초기에 권위주의를 허물고 활발한 소통과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에 기여하리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소셜(미디어) 딜레마’가 ‘인공지능 딜레마’로 재현되지 않도록 지금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이 더 강력한 인공지능에 종속되기 전에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법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지금이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위한 골든타임인지도 모릅니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의 이분법을 넘어 잠재적 혜택과 그 위험을 두루 살피고자 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예술까지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예술의 미래, 인간의 미래도 논의하고자 합니다. 좀 더 인간 친화적인 인공지능을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하는 윤리적 과제,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막연한 기대와 불안을 넘어서 지혜롭게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고 대처하는 ‘인공지능 리터러시’도 논의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의 봄을 맞이한 지금, 서둘러 가을로 내달리기보다는 ‘인공지능 여름’을 충분히 즐기고 성찰할 수 있는 논의의 마당을 펼치고자 합니다.